첫날밤에 떨리는 손을 잡고 인형의 꿈을 꾸다
추석 남북 이산가족 상봉 1차 행사로,
2009년 9월 26일 오후 3시 금강산에서 우리 측 방문단 97명과 재북 가족 228명은 60여 년 만에 눈물의 상봉을 했다.
9월 28일 금강산호텔에서 작별 상봉을 한 이후,
29일부터 10월 1일까지 열리는 2차 행사에선 북측 이산가족 방문단 99명이 남한 가족 449명과 만난다.
한때 만들었던 웹페이지를 찾았더니,
다행스레 남아 있었다.
황급히 이곳 블로그에 올린다.
아마 사진에 더욱 집착하였더라면
지금쯤 통일이야기에 좀더 열정을 뿜어내고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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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 26일
사진/글 여여
1. 결혼
결혼하셨나요? 첫날밤에 떨리는 손을 잡고 행복을 꿈꾸었나요?
아름다운 내일을 그리는 것은 서로 믿고 서로 돕고 서로 기대며,
언제나 벗처럼 살아가는 데에 있나요?
신랑은 '신부의 벗'인가요? "가시버시"라는 말.. 아시죠?
국어사전을 펴도 '부부의 낮춘 말' 정도로밖에 쓰고 있지 않지만,
결혼하고자 애썼던 내 옛날 생각하며 벗처럼 동등하게 살고 싶진 않나요?
민주와 평등을 아는 가시버시! 좀 멋쩍나요? 아닌가요?
처음처럼 다시 하나임을 믿으며, 신부의 벗으로 바라볼 날을 기다릴까요?
북녘을 벗처럼 바라볼 날을 기다릴까요?
2. 결혼 이후
결혼 이후 많은 다툼과 잦은 토라짐.. 그렇게 세월을 보내지 않았나요?
별것 아닌데 싸우지 않았나요? 내 것 네 것 따지진 않았나요?
내 것과 네 것으로 나누는 일.. 그만두면 천하가 모두 내 것이잖아요?
가야 할 삶이 멀다면 지지고 볶고 다 해볼텐데.. 참 짧잖아요?
서로 참고 서로 밑지고 서로 치켜세우는 일... 참 좋은데...
함께 가는 길에는 물독에 물을 채워가는 것처럼
물지게 지고 물동이 이고 채워가야 할 사랑이 있잖아요?
뭍으로 백두까지 늘 함께 가야 할 우린 가시버시,
처음처럼 다시 하나임을 믿어요..
3. 삶
삶에는 물독이나 돌확처럼 채워야 할 게 있습니다.
남편은 물지게를 지고 여편은 물동이를 이고, 함께 가야 할 삶입니다.
행여 다투고 싸워, 한 편이 토라졌다 하여도 다른 한 편은 달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토라짐도 사랑이며, 달램도 사랑일지 모르니까요.
아마, "저.. 여편네!" 하면서 내뱉은 남편의 말 때문에 여편은 토라졌나 봅니다.
무리를 나타내는 '네'를 붙여 "여편네, 여편네"라고 부르는 것이 싫었나 봅니다.
남편은 가부장의 권위를 마냥 누릴 수 없음을 알면서도,
굳어버린 남존여비의 언어생활에서 무심코 흘린 말 한마디를 주워 담지 못하고 있습니다.
뒤돌아서서 부르나, 여편은 대답하지 않습니다.
남편은 물지게를 진, 좌우 흔들림의 가운데에 서서 여편에게 다가와 말합니다.
"여기 좀 보소!
여기에 담은 달그림자를 보소.
은하수 만경창해와 같이 드넓지는 않으나,
이 물지게 좌우에는 청계수 옥계수와 같이 맑은 물이 있잖소.
보름날, 우물을 맑게 치워,
거기 비친 달그림자를 처음 본 사람은 복을 받는다 하여,
우리 그 새벽길을 다녀오지 않소.
아니 아니, '용이 낳은 알'이라고 하던 달그림자를 떠오지 않소.
이 물에 비친 달그림자는 참 곱고도 곱소.
이제야 내게, 이 달그림자가 당신 얼굴로 보였소.
미안하오."
정말 삶에는 물독처럼 물지게 지고 물동이 이고 채워가야 할 사랑이 있나 봅니다.
어느 한 편이 아니라,
서로를 생명으로 바라보는 '함께', 그렇게 채워가야 할 사랑이 있나 봅니다.
2002년 12월 8일 사진/글 여여
인사동에서 인형 하나 값으로 두 개를 샀습니다.
아내 혜와 함께 다기를 보러 가게에 들어가다
내 가방에 부딪힌 인형 하나에서 물항아리만 덩그러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인지.. 저는 인형을 사야 했으며, 다행히 주인께서 반값으로 주겠다고 했습니다.
집에 와, 본드로 붙인 후, 조금 억울한 느낌으로 뭔가 궁리를 했습니다.
인형 사진 액자와 실물을 나란히 진열해 두면 좋겠다고 생각하여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랬더니 제법 그럴싸한 모양새를 냈습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오늘, '여여얼굴'에 사진/글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