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여얼굴

가족, 고향, 하나바라기

여여얼굴 2009. 9. 27. 01:04
통일이야기 | 가족, 고향, 하나바라기


1. 가족

 

 

주민등록번호
아빠 ******-1******
엄마 ******-2******
아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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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랑 아가랑.. 세 식구, 살아요..
아가가 주민증.. 가질 때쯤,
간절한 희망으로
******-4******인 또..
한 아가가 주민증을 가질 때쯤,
아니.. 아주 나중에..
그 때에도
주민증일까,
아니면 '인민증(?)'일까,
아름다운 나라.. 그 때에는 뭔 쯩(?)일까
궁금해요.
뭐라고요..?

'호패'라 부른다..? 
 

 

 

2. 고향


서울 송정동, 부산 송정동, 대구 송정동, 대전 송정동, 광주 송정동..
'송정'이라 하는 곳, 참.. 많아, 이따금 헷갈려..
좋은 시절 보내.. 행복했고,
아빠보다 더욱 세련된 어린 나날을 보낼 아가에게
그래도 들려주고 싶은 고향..

그 곳은
탱자나무 울타리 친 대궐집.. 있었어.
솟을 대문 앞에서 딱지 잃고 구슬 따며 놀다.. 호랑이 할아버지에게 쫓겨나곤 했었어.
탱자향 그윽한 울타리 따라 골목길 나 있었고,
그 길로 곧장 가면 냇가 흐르고,
냇가 건너에는 억길 아저씨 집.. 있었는데,
다들 '억길이.. 억길이' 하며 그 집 앞을 지날 때마다 지독한 냄새에 코를 막곤 했었어.
그렇게 지나,
큰 길 건너 돌산으로 가면 빈 초소가 하나 있어 동네 아이들과 전쟁놀이.. 했었어.
냇가 따라 황룡강으로 멱 감으러 가보면 뽕뽕다리 끊겨 있었는데,
어느 5월 '뽕뽕다리'라는 시를 본 이후, 잊지 말아야 했었어.
그리고
붕어 잡던 냇가.. 덮혔고,
대궐 집터에 아파트 들어선 세월 동안,
"대궐집 울타리 탱자나무에 탱자 노랗게 익을 무렵.. 놀던 냇가"는 기억에서 멀어져갔어.
그래도 아빠에게는 황룡강 그 녘으로 지는 놀을 볼 수 있는 돌산,
다시 갈 수 있는 고향.. 있지만,
고향을 갈 수 없는 곳에 둔 사람들..
아빠가 전쟁놀이를 한 시절보다 훨씬 앞서부터 그리워 그리워하고 만 사람들..
어떻게 흘렀는가..?

그 녘에도 솔바람 부는 송정.. 있을까..? 

 

 

3. 하나바라기


결국 세월 흘러.. 갈 수 있었어.
대통령, 국방위원장을 만나고
이산가족, 흩어진 가족과 상봉했어.
가슴 뭉클해, 텔레비전 바라보다 눈물.. 흘렀어.
"핏줄 같다"며 금방 통일 올 것 같았어.
놀랐어. 너무 마음부터 달렸어.
그러나 현실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생각과 달랐어.
"우리는 말이지" 하며 으쓱했는데, 무엇인가에 한 방 얻어 맞았어.
그렇지, 몰랐던 거였어.
잘 산다고 앞선 것.. 아니며, 뒤진다고 자존심마저 없는 것.. 아니었어.
"한 핏줄인데 뭐.." 하며 모든 문제를 풀 것 같지만, 현실은 쉽지 않았어.
"먹을 게 없어 아이를 잡아먹는다"는 소문 떠돈다고 떠들었던 것..
옛일처럼 딴 일마냥 모른 척 말고
지금 만났다고 들뜨지 아니하고 사실을 그대로 읽고 보고 말해야 했어.
좋다 나쁘다 따지지 않고 조금은 이해하고 조금은 받아들이고 조금은 도와야 했어.
꼭 그래야 했어.
하나를 바라는 진지한 마음으로 同族끼리 문을 열고 떨리는 손을 잡았던 것만큼
서로를 받아들이는 길을 닦아야 했어.
그게 내가 꾸는 인형의 꿈이었어.
인형의 꿈을 꿀 때에 진정 하나를 바라는 나라!
좋은 날을 이룩했을 때에 마음이 넉넉한 민족!
봄이 왔을 때 서로 얼싸안고 춤을 출 수 있는 역사!
오늘은 내 사랑하는 혜와 하랑 자유로를 달려 임진각에 가보았다.

 

  

2000년 8월

 

사진/글 여여